사리
“거울을 샀는데 하루 만에 갑자기 깨졌다고?”
“사기꾼한테 또 호구 잡힌 거 아니야?”
“대석아!”
목우람이 맹효돈의 질문에 긍정하며 디바이스에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민그린이 송대석의 팔을 때리며 다그쳤다. 송대석은 짧게 비명을 지르며 맞은 부분이 아픈지 손으로 팔을 문질렀다.
“같은 거울이 여러 개 있었다고 하는 거 보면 우람이가 산 거울이 우연히 불량품이었을 수도 있어.”
“결국, 운이 없었다는 거네요.”
김유리는 거울이 깨진 사진을 보며 말하자 같이 사진을 보던 사월세음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이와 독고미로가 깨진 거울에 대해 의문을 가지자 황지호가 유리가 깨지는 원리에 관해 설명했다. 한이를 포함한 몇 명이 질린다는 듯한 얼굴을 하니 황지호는 무엇이 재미있는지 웃기 시작했다. 그런 황지호를 뒤로하고 권레나는 가만히 서 있는 목우람의 어깨를 살짝 두들겼다.
“우람아?”
“…레나?”
권레나의 손이 목우람의 어깨에 닿는 순간 목우람이 놀란 듯 몸을 움찔거렸다. 손의 주인이 이내 권레나라는 것을 알게 되자 목우람은 멋쩍은 듯이 한 손으로 목을 주물렀다. 긴장이라도 한 듯한 목우람의 모습에 권레나는 약간의 의문이 들었지만 ‘우람이가 이계 공략 때문에 긴장했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걱정스러운 듯이 목우람에게 물었다.
“다친 곳은 없는 거야?”
“네. 다행히 이능으로 제작된 아이템이었는지 거울 파편은 깨지는 순간 사라졌습니다.”
“다행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상이 생기면 꼭 말해줘.”
“물론이죠.”
목우람은 공략 계획을 이야기하는 0반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역시 거울에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해.’
목우람은 아무리 그들이 에너미로 보일지라도 권레나가 어깨에 손을 올릴 때 놀라고만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이계에 들어가서 에너미와 0반을 헷갈리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던 목우람은 곧 이계의 입구가 발생한다는 김유리의 말에 서서히 열리는 이계의 입구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모두와 떨어지게 된 건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 갇힌 목우람은 디바이스가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무작정 앞으로 나아갔다. 터벅터벅- 누군가의 발소리에 목우람은 발검음을 멈추고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목우람은 도끼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어둠에 숨어 자신을 붙잡으려는 존재를 향해 도끼를 휘두르려고 했다. 그 순간 목우람에게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람아! 한참 찾았어!”
“레나가 여길 어떻게….”
“너만 홀로 떨어져서 다들 너를 찾고 있었어.”
“그렇군요….”
권레나의 목소리에 목우람은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손에 힘을 풀고 자신을 붙잡고 말하는 권레나를 바라봤다. 어째서 분명 목소리는 레나와 같은데 이질감이 느껴지는 걸까? 목우람은 이상함을 느끼며 권레나가 잡았던 옷 소매를 매만졌다.
“너무 어두우니까 아이템을 쓸게. 눈을 감아줘.”
목우람이 눈을 감자 밝은 빛이 번쩍거렸고 눈을 떠도 된다는 권레나의 목소리에 목우람은 감았던 눈을 떴다.
“어라?”
권레나가 에너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예상과 달리 목우람의 시야에는 항상 봐왔던 권레나의 모습이 보였다. 목우람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손등으로 눈을 비비며 권레나를 다시 바라봤다. 하지만 이계에 들어오기 전 보였던 에너미의 모습은 꿈이었다는 듯이 권레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간의 모습이었다. 저주가 풀린 건가? 목우람은 그리 생각하며 멍하게 권레나를 볼 뿐이었다. 권레나는 그런 목우람이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눈에 먼지라도 들어간 거야?”
권레나는 자신의 얼굴 가까이 목우람의 얼굴을 잡아끌었고 조심히 목우람의 눈에 바람을 불어주었다. 목우람의 눈에 권레나의 숨결이 들어오는 순간 목우람은 온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긴장감이 사라져서 그런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목우람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목우람이 생각에 잠기는 순간 권레나가 목우람의 이마에 짧은 입맞춤을 했기 때문이다. 권레나의 입술이 이마에 닿자 목우람은 당황스러움도 잠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목우람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눈앞에 있는 존재가 자신이 알고 있는 권레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목우람은 점점 자신이 이계에 들어왔다는 사실과 이계에 들어오게 된 이유를 잊기 시작했다.
“레나? 여긴 어디죠?”
“어디긴, 당연히 학교지. 어서 반으로 돌아가자.”
어리둥절한 목우람의 모습에 권레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주변의 풍경은 권레나의 말대로 은광고 복도로 변했다. 은광고 밖은 에너미가 휩쓸고 간 건지 엉망진창이 된 화단과 구멍이 생긴 길이 보였지만 목우람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고 권레나는 그런 목우람의 손을 잡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
“용제건 선생님…?”
이계에 들어오고 권레나는 익숙한 은광고의 모습에 당황도 잠시 모두와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 연락을 통해 목우람과 자신만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째서인지 은광고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아이들의 말에 권레나는 자신만 이곳에 출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과 비슷하게 혼자 남았을 목우람도 은광고에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권레나는 디바이스 창을 닫고 은광고 어딘가에 있을 목우람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선 권레나는 가만히 자신을 보고 있던 용제건에 당황했다. 권레나는 곧 에너미가 용제건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라 생각하며 용제건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손에 든 채찍을 꽉 잡았다. 그러나 용제건은 권레나를 공격하기는커녕 살갑게 웃으며 권레나에게 물었다.
“우람이를 찾으러 왔니?”
“네…, 선생님은 우람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신가요?”
“물론 알고 있지. 하지만 우람이는 이미 에너미에게 당했어.”
“그럴 리가 없어요.”
권레나는 순간 심장이 철렁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용제건의 말에 이상함을 느끼고 권레나는 용제건의 말에 부정했다. 용제건은 항상 감고 다니는 눈을 살며시 뜨며 권레나를 바라봤다. 인간과는 다른 진족이 가지는 중압감이 권레나를 압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람이는 죽었어.”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권레나의 대답에 용제건은 특유의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시안색 공간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권레나는 흠칫 놀라며 용제건을 공격하기 위해 채찍을 휘둘렀다. 용제건은 비행술로 가볍게 공격을 피하고는 공간에 권레나를 가두고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났을까 권레나를 가둔 공간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고 용제건의 모습도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곳의 관계자들은 너를 도와줄 수도, 방해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너무 적대하지는 마.”
완전히 붕괴되기 직전 용제건은 권레나에게 조언과 비슷한 말을 했고 권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용제건에게 감사를 전했다. 용제건이 완전히 사라지고 권레나는 자신이 영원의 호수 팀 빌딩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팀 빌딩에 들어가야 하는 걸까. 권레나가 고민하는 사이 팀 빌딩의 문이 열리며 권제인이 권레나를 향해 달려왔다.
“레나야. 잘 왔어. 따라오렴.”
“네? 잠깐만요, 저는 우람이를…!”
권제인은 권레나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계속해서 질문하는 권레나를 무시한 채 응접실로 향했다. 권제인은 권레나를 소파에 앉히고 작은 무대에 올라 이능 바이올린을 실체화 시켜 연주를 시작했다. 권제인이 연주한 곡은 분명 권레나가 좋아하는 ‘for LENA’였지만 권레나는 들으면서 이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곧 기우였다는 듯. 마치 세이렌의 노래에 홀린 선원처럼 권레나는 권제인의 연주를 들으면 들을수록 목우람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갔고 이내 자신이 이계에 왔다는 사실도 잊은 채 권제인의 연주를 즐기다 스르륵 잠에 들기 시작했다. 권제인은 잠든 권레나에 연주를 멈추고 권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곳의 내가 부럽네.”
권제인은 권레나가 빌딩에 도착하기 전 자신에게 찾아온 인물을 떠올렸다. 자신의 앞에 있는 권레나와 닮았지만, 이곳의 자신이 지키지 못했던 조카, 이레나는 도대체 무슨 계획이 있는 걸까? 이레나는 에너미를 포함한 죽은 자들을 채워 넣어 무엇을 이루고 싶은 걸까? 권제인은 이레나의 생각을 정확히 읽을 수 없었지만 이레나가 말한대로 권제인은 원하는대로 행동하기로 했다. 권레나는 이레나를 통해 엿본 또 다른 세계는 달콤했지만, 자신이 완전히 이룰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에게 온 권레나만이라도 자신의 곁에 있길 바랐다. 권제인은 그리 생각하며 응접실에 있는 악기들을 치우고 권레나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렸다. 잠에서 깨어난 권레나는 아무런 경계도 없이 권제인과 간식을 먹으며 응접실 내부를 구경했다.
“왜 여기에 악기가 없나요?”
분명 이곳에 악기가 있지 않았나? 권레나는 흔한 피아노조차도 없는 작은 무대에 의문을 가졌다. 권레나는 이상함을 느끼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권제인의 포스터를 보았고 자신이 바이올린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레나는 잠시 권제인의 포스터에 있는 바이올린을 손으로 덮고 익숙하다는 듯이 카드화된 바이올린을 꺼냈다. 권레나는 목우람이 자신을 위해 만든 백금색의 바이올린을 보자 잊고 있었던 기억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권레나는 밀려들어 오는 기억에 주춤하기도 잠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권제인을 뒤로하고 응접실 밖으로 나갔다. 빌딩 복도를 뛰면서 권레나는 빌딩에 들어올 때 분명 푸르렀던 하늘이 노을이 지며 붉은색을 띠고 있다는 사실에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어쩌지? 내가 너무 오래 있었나 봐. 우람이는 괜찮은 걸까?”
“우람이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권레나는 자신의 말에 대한 답이 들린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재러드 리는 권레나를 바라보며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흘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영원의 호수 팀원들이 투닥이며 권레나에게 목우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가 있는 장소를 알려줬다. 권레나는 밝아진 얼굴로 그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빌딩에서 나와 미트론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이야! 혹시 우람이를 보지 못했니?”
미트론에 도착하자 권레나는 디저트 상자를 들고 있는 한이와 마주치며 목우람의 행방에 관해 물었다. 한이는 어색하다는 듯이 볼을 긁적이며 권레나에게 목우람은 가게 안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권레나는 다급히 미트론의 문을 열고 목우람을 찾았다. 익숙한 목우람의 뒷모습에 권레나는 목우람이 앉아있는 자리로 다가갔다. 권레나가 목우람을 부르기도 전에 목우람이 고개를 돌려 권레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권레나는 자신을 보고 있는 목우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목우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목우람에게는 없는 흉터가 목우람의 얼굴에 남아있었고 목우람은 권레나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보았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제 뮤즈시군요.”
목우람이 힘없이 웃으며 권레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권레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목우람과 악수를 하며 목우람에게 질문을 했다. 목우람은 그런 권레나의 말을 경청하다가 권레나의 말이 끊기자 천천히 입을 열어 권레나의 질문에 답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찾는 목우람은 제 세계에 존재하던 이레나가 데려갔습니다.”
“그렇구나, 고마워.”
목우람은 그런 권레나에 허탈하게 웃다가 아무 말 없이 권레나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권레나는 목우람이 전해준 물건을 보려고 했지만 목우람은 자신의 손으로 권레나를 손을 감싸고는 권레나를 미트론 밖으로 안내했다.
“저도 그분이 이리 가까이 있으셨다는 것을 알아챘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요.”
목우람은 그리 말하며 천천히 사라졌다. 권레나는 사라지기 전 목우람이 손으로 가리킨 은광고를 보고 손을 열어 목우람이 준 물건을 확인했다.
“바이올린 줄…?”
목우람이 준 마치 조각상에 쓸 것만 같은 바이올린 줄을 본 권레나는 의문을 표했고 이내 바이올린 줄을 주머니에 넣으며 다시 은광고로 향하기 시작했다. 은광고를 향해 달려가는 권레나를 향해 맹효돈과 주수혁을 비롯한 은광고 학생이 권레나를 붙잡았고 이를 뿌리치고 달리는 권레나에게는 은광고는 생각보다 멀게만 느껴졌다. 한참을 달렸을까 권레나는 은광고 정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광고 정문에는 한 여성의 실루엣이 보였고 권레나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여름 언니?”
“안녕, 레나야. 너는 네 친구를 찾으러 가는 거지?”
“언니는 알고 있어?”
“네 친구는 내 동생 이레나와 함께 있어. 그리고 거울 조각으로 인해 이곳에 있는 자들만 에너미가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보고 있지. 그 조각을 빼내지 않는 이상 네 친구는 영원히 이곳에 남게 될 거야. 레나가 그 아이를 붙잡아두려고 할거거든.”
“내가 그 ‘이레나’에게서 우람이를 되찾을 방법이 있을까?”
“물론 있지. 나는 너에게 힘을 줄 수는 없지만 너의 용기에 힘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해줄 수는 있어. 그러니 어서 은광고로 가. 그리고 네 소중한 사람을 찾아서 함께 돌아가!”
권레나는 이여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은광고 정문을 통과했다. 권레나는 한시라도 목우람을 만나고 싶었다.
*
“여기 있는 조각들로 바이올린을 만든다면 널 풀어줄게.”
이레나가 그렇게 말하고 사라진 뒤로 목우람은 자신의 책상에 있던 조각들로 바이올린 모양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이올린 형태만 만들었을 뿐 정작 중요한 바이올린 줄이 없었기에 목우람은 아무리 교실을 둘러보며 찾아봤지만, 바이올린 줄을 대신할 것조차도 없다는 사실에 직면하고 말았다. 그렇게 목우람이 고민에 빠져있을 동안 권레나는 은광고 내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에너미를 해치우며 목우람을 찾고 있었다.
“우람아! 드디어 찾았다!”
권레나는 0반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고민에 빠져있는 목우람을 발견했다. 권레나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몸이 먼저 움직였는지 권레나는 두 팔로 목우람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하지만 목우람에게는 권레나가 에너미로 보였기 때문에 목우람은 그녀의 팔을 뿌리치고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권레나는 그런 목우람에 눈물이 나는 듯했다.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권레나는 목우람의 뒤에 있는 바이올린 조각을 발견했다. 권레나는 이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목우람이 선물해주었던 바이올린을 실체화 시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 함께 돌아가야지. 어서 정신을 차려, 우람아. 권레나는 목우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담아 연주했고 그 마음이 닿은 건지 목우람은 공격을 하지 않고 멍하게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권레나를 바라봤다.
“레나! 여긴 저희 반이 아닌가요? 이미 이계를 나온 건가요?”
권레나의 연주가 끝나자 목우람은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권레나는 기쁜 듯 눈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목우람을 힘껏 껴안았다. 목우람은 잠시 권레나에 행동에 놀란 듯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 어깨에 느껴지는 뜨거운 온기에 권레나의 등을 조심히 도닥여주었다.
“이것만 완성하면 돌아갈 수 있는 거야?”
“네. 레나…, 아니 레나를 닮은 자가 이것을 완성하면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권레나는 바이올린 줄이 없는 조각을 보며 주머니에 넣어둔 바이올린 줄을 꺼냈다. 목우람은 환하게 웃으며 바이올린 줄을 연결했고 권레나와 목우람은 함께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가려고?”
이레나가 교실을 나서려는 목우람과 권레나의 앞을 막았다. 목우람은 권레나를 지키려는 듯 그녀를 뒤로 보냈지만 권레나는 이를 거절하고 이레나 앞에 섰다.
“우리는 너가 말한 대로 바이올린을 완성했어.”
“눈의 여왕 읽어본 적 있어?”
“그건 갑자기 왜….”
“어떤 동화책에서는 돌아가려던 게르다와 카이가 눈의 여왕과 마주하게 돼. 그리고 눈의 여왕이 그들을 위협하기도 하고 카이에게 자신을 두고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기도 하지.”
권레나와 목우람은 이레나의 뜬금없는 말에 당황했다. 이레나는 앞에 있는 두 명을 신경 쓰지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이레나의 눈에는 약간의 체념과 쓸쓸함이 비치고 있었다.
“만약 내가 목우람 너에게 가지 말아 달라고 하면 넌 어떻게 할래?”
이레나는 목우람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떨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기분 탓일까. 목우람은 그리 생각하며 도끼를 들었던 손을 내리고 이레나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저는 제 뮤즈의 곁을 지키고 싶습니다.”
“그래…, 알고 있었어. 하지만 이렇게 들으니 권레나 너가 참 부럽네.”
목우람은 고개를 숙이며 이레나에게 말했다. 이레나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슬퍼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렸고 이내 권레나와 목우람에게 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레나가 손짓을 하자 은광고의 배경이 바뀌었고, 권레나와 목우람은 어두운 복도에 놓이게 되었다. 권레나와 목우람은 손을 맞잡고 천천히 빛이 보이는 출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출구에 도착하자 권레나와 목우람의 시야에서 함께 이계에 들어온 0반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0반은 둘을 향해 뛰어보며 걱정의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목우람과 권레나를 걱정하는 목소리 사이에서 이계 공략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권레나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목우람은 그런 권레나를 도닥였다. 권레나는 이계에 있었던 일들이 꿈만 같았다. 하지만 목우람과 맞잡고 있는 손의 온기에 자신이 겪었던 일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권레나는 맹효돈과 송대석, 사월세음 등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나누는 목우람을 보며 목우람과 맞잡았었던 손을 조심스레 다른 한 손으로 감쌌다.
Sneedronningen, 우정과 사랑 사이의 경계선